초민감자(HSP)에 대해
🍒열매님들, 요즘 사소한 일에도 유난히 마음이 예민해지고, 사람들과 어울린 후엔 유독 빨리 지치지는 않나요? 그렇다면 열매님도 ‘초민감자(HSP: Highly Sensitive Person)’일 수 있어요. 이번 호에서는, 초민감자가 어떤 사람인지, 그 민감함은 왜 생기는지, 그리고 어떻게 나의 예민함을 건강하게 돌보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함께 나눠보려 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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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초민감자(HSP: Highly Sensitive Person)’는 감각이 예민해서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사람을 말해요. 전체 인구의 약 15~20%, 즉 5명 중 1명꼴로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. 그렇다면, 초민감자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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① 감각에 민감해요.
초민감자는 오감(시각, 청각, 후각, 촉각, 미각)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해요. 작은 소음, 밝은 빛,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, 옷의 재질, 강한 냄새 등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많아요.
② 작은 일에도 마음이 오래 남아요.
초민감자는 정서 자극에 깊이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요. 그래서 꼭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,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도는 경우가 많아요.
③ 머릿속이 바쁘고, 쉽게 지쳐요.
초민감자는 생각이 많고 감정을 깊이 되새기는 경향이 있어요. 사소한 말이나 표정도 쉽게 마음에 남고, 끊임없이 해석하며 에너지를 소모해요. 이런 섬세한 인식은 나를 쉽게 지치게 만들어요.
④ 작은 뉘앙스도 놓치지 않아요.
초민감자는 말의 속도나 톤, 표정의 미세한 흔들림, 눈빛의 변화처럼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신호들을 예민하게 감지해요. 그래서 “아무렇지 않다”는 말 속에 숨어 있는 슬픔이나 서운함 같은 감정의 결도 찾아낼 수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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🍒열매님들은 초민감한 성향을 혹시 성격 탓이라 생각하셨나요?
하지만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, 예민함은 ‘성격 문제’가 아니라 뇌의 처리 방식 차이일 수 있어요.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(UCSB)의 Acevedo et al., 2014 연구팀은 초민감자(HSP)의 뇌를 fMRI(기능적 자기공명영상)로 촬영해 분석했어요. 그 결과, 초민감자들은 다음과 같은 뇌 영역이 일반인보다 더 활발히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.
- 섬피질(Insula):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내 감정처럼 느끼게 하는 공감의 핵심 회로
- 전대상피질(Anterior Cingulate Cortex): 정서 통합과 주의 조절을 담당해,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
- 거울뉴런 시스템(Inferior Frontal Gyrus, 등): 다른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흡수하고 따라하는 회로
- 측두엽(Middle Temporal Gyrus): 감각과 사회적 정보를 깊게 해석하고 통합하는 기능 담당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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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민함을 고쳐야 할 성격이 아닌, 조금 더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 기질로 받아들여보세요. 감각과 감정에 예민한 사람일수록 쉬는 시간과 자기 돌봄이 일상의 필수 루틴이 되어야 해요. 지금부터는, 그런 나를 다정하게 돌보는 방법을 알아볼게요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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① 나를 돌보는 용기, 조용한 퇴장의 힘!
예민해진 상태에서는 감정이 격해지거나 조절이 어려울 수 있어요. 그래서 때로는 ‘지금 이 상태로는 실수할 수 있겠다’는 걸 인정하고,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. 이건 회피가 아니라, 감정도 지키고 예의도 지키는 ‘현명한 자기 돌봄’이랍니다.
💡 예를 들면 이런 방식이 있어요: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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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”
→ 언제나 무리 없이 자리를 비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에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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핸드폰을 쥐고 조용히 일어나며, "전화 한 통 하고 올게"
→ "전화 받으러 나갔나 보다"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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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변 분위기가 낯설거나 부담스러울 때 “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”
→ 사람이 많은 공간이나 대화가 부담스러울 때,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어요.
📌 잠깐 자리를 뜰 때는 너무 많은 설명보다,
“금방 돌아올게요” 같은 가벼운 한마디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요.
② 자리를 떴다면, 잠시 마음을 가다듬어요.
조용한 공간에 나와 있다면, 그 자체로 이미 반은 회복 중이에요. 이제 남은 건 긴장한 내 몸과 마음을 천천히 풀어주는 일이에요.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‘숨쉬기’랍니다.
🫁 숨쉬기(Deep Breathing)
- 코로 4초간 들이마시고, 7초간 머금고, 입으로 8초간 천천히 내쉬기
- 날숨을 더 길게 하면, 부교감신경이 작동하면서 몸이 ‘휴식 모드’로 전환돼요.
- 하루 중 틈틈이 1분 숨쉬기만으로도 예민함이 확연히 줄어들 수 있어요.
③ 주변 환경을 정돈하기
예민한 사람에게는 주변 환경 자체가 피로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. 너무 많은 자극은 감각을 과부하 상태로 몰아가고, 뇌를 지치게 하죠. 그래서 공간과 일상을 단순하게 정돈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긴장을 덜 수 있어요.
④ 일상 생활에 루틴을 적용하기
예측할 수 없는 일정이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예민한 사람에게 감정적 피로를 높이는 큰 자극이 될 수 있어요. 그래서 하루의 흐름에 작은 루틴을 정해두는 것만으로도, 마음은 훨씬 덜 흔들리고, 뇌는 안정감을 느끼게 돼요. 정해진 시간에 하는 산책, 일정한 순서의 아침 준비, 저녁을 마무리하는 고정된 습관처럼 예측 가능한 흐름은 예민한 마음을 위한 가장 좋은 안전장치가 될 수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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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민함은 단점이 아니에요. 그건 그저 내가 세상을 더 깊이 느끼는 방식일 뿐이에요. 잘 다듬고 돌볼 수 있다면, 그 감각은 누구보다 빠르게 분위기를 읽고,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채는 섬세한 센스가 될 수 있어요. 작은 일에도 마음이 쓰이는 나의 성향은, 누군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눈치채고 다가가는 따뜻한 공감력이라는 이름으로 빛날 수 있답니다.
그러니 오늘은, 예민한 나를 탓하기보다 그 다름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안아주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요. 🌷
✍ 글 : 이유경
참고자료:
Acevedo, B. P., Aron, E. N., Aron, A., Sangster, M. D., Collins, N., & Brown, L. L. (2014). The highly sensitive brain: an fMRI study of 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and response to others' emotions. Brain and behavior, 4(4), 580-594.
최재훈. (2024).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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